여러분의 건강수명은 몇 살인가요?
우리나라에서 건강수명을 파악하기 시작한 건 2012년입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87세, 건강수명은 65.70세 수준이었는데 2020년 기대수명은 83.50세, 건강수명은 66.30세로 나타났습니다. 기대수명은 약 3세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0.6세 높아지는데 그쳤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인에게 높아진 기대수명은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몸은 매일 빠르게 노화되고, 점차 아픈 곳도 많아지는데 난 과연 건강하게 노년기를 맞을 수 있을 지 불안해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기대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굳이 통계 수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 세대에 걸쳐 운동, 영양제 등 헬스케어와 관련된 키워드가 증가하는 이유도 어차피 오래 살아야 한다면, 건강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는 것이겠죠.
노화의 시작, 소화불량이 유익균과 유해균 때문?
여러분도 하루가 다르게 내 몸이 늙어가고 있다고 느낀 적 있나요? 노화를 체감하는 일상 속 변화는 역시 식사 메뉴입니다. ‘돌도 씹어먹던’ 한때는 지나가고, 삶의 낙이었던 야식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험은 노화가 시작됨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약해지고, 침의 분비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살균, 소화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하는 침의 분비량이 적어지면 그만큼 소화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또한 위산의 분비가 적어지고, 장의 운동성도 낮아져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우리 장에 살고 있는 세균의 구성도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데요. 대표적인 유익균으로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아는 유아기에 그 양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유해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비피도박테리아의 수가 감소하면서 유해균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비피도박테리아와 함께 대표 유익균으로 손꼽히는 락토바실러스도 줄어드는데, 2005년 ‘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 저널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환자는 젊은 사람에 비해 락토바실러스의 수가 26배 적었다고 합니다.
실제 장년층이 주로 겪는 설사 증상도 유익균과 유해균 비중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중이 바뀌어 유해균의 비중이 늘어나면, 가스와 독소가 생성되면서 복부 불편감과 설사, 변비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면역력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고 유해균이 많아지면 면역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면역 세포의 70~80%는 장에 존재하는 만큼, 면역 세포의 정상 기능을 돕는 유익균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먼저 60세 이상의 성인 360명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우유를 섭취한 군과 그렇지 않은 우유를 섭취한 군으로 분류하여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조사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대상이 감기에서 더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 관찰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 2003)
또한 2000년 발표된 임상 논문에서 노인들에게 유익균 비피도박테륨 락티스를 복용했을 때 면역세포의 기능이 향상되었고, 칠레의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세이를 4개월간 섭취시켰을 때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면역력이 낮아진다는 것은 중장년 세대의 큰 위험요소인 ‘암’과도 연관돼 있습니다. 면역세포의 역할이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우리 몸을 위협하는 세포들을 제거하는 것인데 그 기능이 저하되면 결국 암 세포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내 세균 균형, 치매에도 효과적일까
노인질환의 대표, 치매도 장내 세균의 구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장내 세균은 염증 조절 역할과 함께 유해물질이 뇌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지면 전신 염증이 촉진될 수 있고, 염증으로 발생한 유해물질이 뇌로 유입되어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중 특징적인 결과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변형된 타우 단백질에 대한 부분입니다. 알츠하이머 주요 가설 중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변형된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때, 치매를 유발하는 두 물질에 관여하는 것이 장내 세균이라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인데요.
일례로 미국 워싱턴대 의대 병리학·면역학과 가우탐 단타스(Gautam Dantas) 교수팀은 타우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발견된 치매 초기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장내 미생물 구성이 크게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장내 세균 환경이 뇌 구조 변화를 일으켜 치매를 촉진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는데요.
아직은 장내 세균과 알츠하이머의 상관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장내 미생물 균형이 인간의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무병장수의 출발, 건강한 장 환경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보면 장내 세균 균형이 암부터 치매까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 식약처에서 201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장수촌 거주자의 장내 세균을 도시인과 비교하면, 유산균의 수가 약 세 배 내지 다섯 배가 많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한편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장수마을 대비 유해균의 수가 많다고도 밝혔는데요. 장내 유익균이 많은 사람이 비교적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무병장수를 꿈꾸는 우리는 어떻게 장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걸까요?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건강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항생제나 가공식품에 들어간 방부제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섭취해 좋은 균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발효 음식을 통해 좋은 균을 섭취하는 동시에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섭취해 장내 유익균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겠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쉽게 지키지 못했던 이러한 일상생활이 여러분의 내일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세균도 젊게 가꿀 수 있고, 젊은 세균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무병장수를 꿈꾸는 여러분 모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