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세균과 비만
미국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의 제프리 고든 교수는 장내세균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비만인 사람과 정상 체중인 사람의 장내세균 구성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고든 교수는 네이처(Nature) 학술지에서 쌍둥이들의 장내세균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2009년에 발표하는데요. 부모로부터 동일한 유전자를 받은 쌍둥이지만 한 사람은 비만이고 한 사람은 정상인 경우에 이들의 장내세균의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지만 만 15년 전에 이 논문은 매우 센세이션 했습니다. 장내세균 구성이 비만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 논문이 된 것이죠.
또한, 비만인의 장내세균을 동물에게 이식하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대변 미생물 이식술을 통해서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을 대사증후군이 있는 비만 환자에게 이식하여 건강과 관련된 지표들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논문들이 2012년과 2017년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만 봐도 우리가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칼로리를 줄이기 위한 식단과 적절한 운동, 그리고 장내세균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장내세균의 중요성을 확인한 만큼 실제 유행하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들이 장내세균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고 갈게요.
Case 1. 원푸드 다이어트
먼저 원푸드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영양 결핍과 장내세균 다양성 감소를 초래합니다. 칼로리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나나 또는 고구마만 섭취하여 감량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많이 있죠.
사실 원푸드 다이어트의 효과는 어떤 음식을 선택해서 섭취했는지보다는, 음식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인 것에서 오는 결과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영양 결핍으로 몸무게가 줄어드는 급진적 방식인 만큼, 부작용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양학적 관점을 넘어, 장내세균 관점에서도 부정적입니다. 장에 살고 있는 수백 종류의 세균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영양물을 필요로 하는데, 한 가지 음식만 먹을 경우에는 특정 균들이 잘 사는 환경이 되겠고, 반대로 많은 균들은 성장이 억제되겠죠. 우리 몸의 면역세포 80%가 장에 서식하는 만큼, 면역세포를 돕는 장내 유익균의 감소가 또 다른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Case 2. 저탄고지 다이어트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체중 감소에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여서 식후 혈당 상승이 완만해지고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고요.
또한 탄수화물 섭취가 제한되면서 체내 에너지원으로 포도당 대신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인 케토시스가 유발되는데,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지방 연소가 활발해져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장내세균 입장에서 본다면 섬유질 섭취 부족으로 장내세균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대다수 유익균은 섬유질을 먹이로 삼는데, 섬유질의 원천인 야채와 과일 섭취량이 줄면, 그만큼 유익균의 수가 감소하고 세균의 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장내세균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방법인 것이죠.
고단백 다이어트나 저지방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채식주의가 장내세균에 가장 좋은 다이어트라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같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우리 몸뿐만 아니라 장내세균의 다양성을 지키는 데에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Case 3. 지중해 식단 다이어트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지중해 식단 다이어트는 장내세균의 다양성을 높이고 건강한 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입니다.
지중해 식단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전통적인 식습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제철 과일과 다양한 색깔의 채소, 통곡물,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가 식단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또한 생선, 닭고기, 콩류, 예를 들어 렌틸콩, 병아리콩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고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발효과정을 거친 유제품을 주로 먹습니다. 올리브 오일을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것도 지중해 식단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중해 식단 다이어트는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장내세균 다양성을 높이고 유익균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이라기보다는 건강한 식생활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지중해 식단 다이어트는 장내세균 구성에도 유익하다고 할 수 있어요.
Case 4.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은 특정 시간 동안 식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타입도 다양합니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하루에 6시간 혹은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금식을 하는 것입니다. 즉 하루 중 제한된 시간 동안만 음식물을 섭취하고, 공복 시간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죠. 이 기간 중에는 음식물의 종류나 양에 딱히 제한이 없습니다.
이 방식은 세포 자가 포식(오토파지) 과정을 촉진하여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16시간 이상 단식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특정 시간 동안 식사를 제한하는 간헐적 단식은 체중 감소와 함께 장내세균의 건강까지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세균들은 인간과 수백만 년 동안 공진화해 왔기 때문에 인간의 생체리듬 사이클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해요. 장내세균도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장내세균의 구성이 변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16시간 이상의 금식 시간은 장내세균의 휴식 시간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휴식기가 장내세균 구성의 다양성 증가에 도움을 주고, 특히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유익균의 수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내세균을 고려한 건강한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장내세균, 요요의 원인?
마지막으로 장내세균은 식욕을 컨트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로 단순히 살을 빼긴 하지만 만약에 장내세균이 망가진다면 요요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함량 프로바이오틱스가 식욕 억제 호르몬인 GP 1의 형성을 도와 우리 뇌에 있는 식욕 중추에 영향을 줘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기전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나와 나의 장내세균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다이어트 꼭 성공하시길 응원합니다!